
두산에너빌리티는 예전엔 두산중공업이라는 이름으로 더 익숙했다. 한때는 원전, 화력발전 이미지가 강했고 부채 문제로 시장의 신뢰를 크게 잃었던 기업이기도 하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이 회사가 다시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한 실적 개선 때문이 아니다. 에너지 정책과 글로벌 산업 흐름이 이 회사의 포지션을 완전히 바꿔놓고 있기 때문이다.
두산에너빌리티의 핵심은 발전 설비다. 원전, 가스터빈, 수소 터빈, 풍력까지 전통 에너지부터 차세대 에너지까지 전부 걸쳐 있다. 이게 애매해 보일 수도 있지만, 지금 같은 에너지 전환 국면에서는 오히려 강점이 된다. 어느 한쪽으로만 쏠리지 않고 정책 변화에 따라 포지션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원전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국내에서는 탈원전과 친원전이 정권마다 반복되지만, 글로벌 시장에서는 원전 수요가 분명히 살아나고 있다. 특히 소형모듈원전, 즉 SMR 쪽은 미국과 유럽이 동시에 밀고 있는 분야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이 SMR 밸류체인에 이미 깊숙이 들어가 있다. 단기간에 실적이 폭발하지는 않지만, 한번 궤도에 오르면 장기 수주 산업 특성상 안정성이 굉장히 높다.
가스터빈도 중요하다. 한국은 그동안 가스터빈을 거의 전량 수입에 의존해왔다. 두산에너빌리티가 국산화에 성공하면서 이 구조가 바뀌고 있다. LNG 발전은 신재생으로 가기 전 과도기 에너지로 계속 쓰일 수밖에 없고, 그 수혜를 가장 직접적으로 받는 쪽이 가스터빈이다. 이건 정책이 바뀌어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 영역이다.

재무 구조도 예전과는 완전히 다르다. 과거 두산그룹 리스크의 중심에 있던 시절과 달리, 구조조정 이후에는 부채 부담이 크게 낮아졌다. 이 점이 주가의 바닥을 만들어준다. 예전처럼 한 번 분위기 나빠지면 끝없이 빠지는 종목은 아니다.
다만 단점도 분명하다. 이 종목은 단기 테마로 접근하면 실망하기 쉽다. 실적은 프로젝트 단위로 인식되고, 수주에서 매출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래서 시장이 좋아도 주가가 바로 튀지 않는 구간이 자주 나온다. 대신 정책, 수주 뉴스가 나올 때마다 중장기 기대감이 쌓이는 구조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성장주라기보다는 구조 변화에 올라탄 산업주에 가깝다. 에너지 전환, 원전 재평가, 발전 설비 국산화라는 흐름이 꺾이지 않는다면 이 회사의 위치도 같이 올라간다. 화려하진 않지만, 시간이 편이 되어주는 종목이라는 점에서 요즘 시장에서 다시 볼 이유는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