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주가를 보면 늘 비슷한 반응이 나온다.
이미 많이 올랐다, 밸류에이션이 부담스럽다, 이제는 다른 종목을 봐야 하는 거 아니냐는 말이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이런 말은 항상 틀려왔다.

TSMC를 단순히 반도체 회사로 보면 이해가 안 된다. 이 회사는 메모리를 만드는 것도 아니고, 완제품을 파는 것도 아니다. 대신 전 세계 최첨단 반도체를 대신 만들어주는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문제는 이 역할을 대체할 수 있는 회사가 사실상 없다는 점이다.
TSMC의 가장 큰 무기는 기술력이라기보다 신뢰다. 애플, 엔비디아, AMD 같은 회사들은 칩 설계를 생명처럼 다룬다. 이 설계를 맡겨도 되는 회사는 극히 제한적이고, 그중에서도 안정적으로 대량 생산까지 가능한 곳은 TSMC뿐이다. 기술 격차보다 더 무서운 건 이 신뢰의 격차다.

재무 구조를 보면 TSMC는 전형적인 제조업이다. 설비투자가 크고 자본적지출도 많다. 그래서 엔비디아처럼 PBR이 터무니없이 높지는 않다. 하지만 시장은 이 자본지출을 비용이 아니라 진입장벽으로 본다. 공장을 짓는 데 수십조 원이 들고, 그걸 몇 년씩 버텨야 하는 산업에 새로 들어올 기업은 없다.
TSMC는 돈을 벌기 위해 계속 투자해야 하는 회사다. 그런데 이 투자가 과잉으로 보이지 않는 이유는 고객이 이미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공장을 지으면 고객이 따라오는 구조다. 애플이 먼저 설계를 하고, 엔비디아가 물량을 늘리면 TSMC는 그걸 그대로 받아서 생산한다. 수요 예측이 가능한 제조업이라는 점이 핵심이다.

시장이 TSMC를 쉽게 버리지 못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대안 부재다. 인텔 파운드리는 아직 불안정하고, 삼성 파운드리는 기술은 있지만 수율과 신뢰에서 계속 잡음이 나온다. 고객 입장에서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바꿀 이유가 없다.
그래서 TSMC 주가는 조정이 와도 방향이 다르다. 경기 둔화 우려가 나오면 단기적으로 빠질 수는 있다. 하지만 반도체 사이클이 돌아올 때마다 가장 먼저 회복한다. 결국 모든 고성능 칩은 다시 TSMC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TSMC는 성장주라기보다는 인프라에 가깝다. AI든, 자율주행이든, 서버든 뭐가 뜨든 간에 마지막에 찍어내는 곳은 이 회사다. 그래서 시장은 TSMC를 비싸다고 욕하면서도, 포트폴리오에서는 쉽게 빼지 않는다.
TSMC를 볼 때 중요한 건 단기 실적이 아니다. 누가 이 회사를 대체할 수 있느냐는 질문이다. 아직까지 그 질문에 시장이 납득할 만한 답은 없다. 그래서 TSMC는 항상 비싸 보이지만, 늘 중심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