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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회사는 항상 할인받는 운명을 가진다

지주회사 주식을 보면 처음 드는 생각은 하나다. 왜 이렇게 싸지? 자회사 지분을 다 합치면 시가총액보다 훨씬 큰데, 주가는 늘 그 아래에 있다. 분명 숫자는 맞는데 시장은 전혀 반응하지 않는다. 이건 우연이 아니라 지주회사라는 구조 자체의 문제다.

 

 

SK나 LG 같은 지주사들은 핵심 자회사들을 지배하고 있다. 반도체, 배터리, 통신, 화학 같은 산업의 핵심이 다 들어 있다. 그런데도 지주회사는 늘 디스카운트를 받는다. 시장은 지주회사를 성장 기업으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지주회사의 수익 구조는 단순하다. 자회사로부터 받는 배당이 전부다. 자회사가 아무리 잘돼도 그 이익이 그대로 주주에게 오지 않는다. 중간에 지주사가 끼어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의사결정 비용, 지배구조 리스크, 내부 거래 같은 불확실성이 생긴다. 시장은 이 불확실성에 할인을 적용한다.

 

 

또 하나 중요한 문제는 자본 배분이다. 지주회사는 자회사가 벌어온 돈을 다시 어디에 쓸지 결정한다. 신규 투자, 계열사 지원, 지분 정리 등 선택지가 많다. 그런데 이 선택이 항상 주주에게 유리하게 작동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룹 전체를 위한 결정이 주주 수익을 희생시키는 경우도 많다. 이 구조에서는 프리미엄을 주기 어렵다.

 

개인투자자들이 지주회사에서 가장 많이 하는 착각은 언젠가 할인 해소가 올 거라는 기대다. 물론 일부 구간에서는 해소가 된다. 자회사 상장, 지분 매각, 대규모 배당 같은 이벤트가 있을 때다. 하지만 이런 이벤트는 지속적이지 않다. 이벤트가 끝나면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간다.

 

지주회사는 본질적으로 방어적인 종목이다. 크게 망하지도 않고, 크게 오르지도 않는다. 그룹 전체의 안전판 같은 역할을 한다. 문제는 이걸 성장주처럼 바라볼 때다. 그러면 계속 답답해진다.

 

지주회사를 볼 때는 질문을 바꿔야 한다. 왜 안 오르냐가 아니라, 왜 이 가격에 유지되고 있느냐다. 시장은 이미 지주회사에 대한 모든 구조적 한계를 알고 있다. 그래서 싸 보이지만, 그 싸 보임이 정상 상태인 경우가 많다. 지주회사는 할인받는 게 문제가 아니라, 할인받는 구조로 태어난 주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