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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주는 항상 싸 보이는데 잘 안 오른다

 

은행주는 주식시장에 들어오면 가장 먼저 싸 보이는 종목이다. PBR 0.3배, 0.4배 이런 숫자가 아무렇지 않게 나온다. 배당수익률도 높다. 숫자만 보면 안 살 이유가 없어 보인다. 그런데 막상 사두면 주가는 거의 움직이지 않는다. 은행주는 왜 이렇게 평가가 박할까.

 

KB금융이나 신한금융지주 같은 은행주들의 공통점은 명확하다. 돈은 잘 번다. 문제는 번 돈이 주주에게 얼마나 돌아오느냐다. 은행은 구조적으로 성장 산업이 아니다. 대출을 늘리면 규제가 따라오고, 이익이 늘어나면 건전성 규제가 강화된다. 많이 벌수록 자유가 줄어드는 산업이다.

 

은행 실적은 금리와 직결된다. 금리가 오르면 순이자마진이 개선되고, 금리가 내려가면 이익이 줄어든다. 그래서 은행주는 기업 분석보다 금리 전망에 더 민감하다. 문제는 금리 사이클이 길다는 점이다. 한 번 방향이 정해지면 몇 년씩 이어진다. 이 기간 동안 주가는 지루해질 수밖에 없다.

 

 

또 하나 중요한 변수는 정책이다. 은행은 사실상 공공재에 가깝게 취급된다. 가계부채가 문제 되면 대출을 줄여야 하고, 위기가 오면 이익을 내도 눈치를 본다. 배당을 늘리거나 공격적인 주주환원을 하기가 어렵다. 이 구조에서는 주가가 재평가되기 힘들다.

 

개인투자자들이 은행주를 사는 가장 흔한 이유는 저평가라는 말 때문이다. 하지만 은행주는 저평가가 아니라 저성장에 가깝다. 시장은 성장에 프리미엄을 주지, 안정에 프리미엄을 주지 않는다. 그래서 은행주는 늘 싸 보이는 상태로 유지된다.

 

그렇다고 은행주가 쓸모없는 건 아니다. 시장이 불안할 때, 변동성이 커질 때 은행주는 버팀목 역할을 한다. 배당을 받으며 시간을 버는 종목이다. 문제는 이걸 성장주처럼 바라볼 때 생긴다.

 

은행주는 크게 오를 주식이 아니라, 크게 망하지 않을 주식이다. 이 성격을 이해하고 접근하면 실망이 줄어든다. 반대로 이걸 모르고 사면, 항상 싸 보이는데 안 오르는 종목으로만 기억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