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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이 오르면 수출기업만 좋은 게 아닌 이유

 

환율이 오르면 흔히 수출기업에게만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달러를 벌어들이는 기업이 같은 매출이라도 원화로 더 많은 돈을 받기 때문이다. 그래서 환율 상승 뉴스가 나오면 수출주 위주로 긍정적인 해석이 따라붙는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먼저 환율 상승은 기업 비용 구조를 함께 본다. 우리나라 수출기업 대부분은 원자재, 부품, 장비를 수입에 의존한다. 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입 원가도 같이 오른다. 매출이 늘어나는 것처럼 보여도 원가 부담이 동시에 커지면 이익률은 생각만큼 개선되지 않는다. 특히 반도체, 배터리, 정유처럼 글로벌 밸류체인에 묶인 산업일수록 환율 효과는 제한적이다.

 

두 번째는 환율 상승이 전체 경제에 주는 부담이다. 원화 약세는 수입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에너지, 식량,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물가는 쉽게 내려오지 않는다. 물가가 잡히지 않으면 금리 인하도 늦어진다. 수출기업 일부가 웃는 대신, 소비와 내수가 눌리는 구조가 된다.

 

 

기업 입장에서도 환율 변동성은 리스크다. 환율이 계속 오를지, 언제 꺾일지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장기 계약이나 투자 판단이 보수적으로 변한다. 특히 환율이 급격히 움직일 때는 환헤지 비용이 늘어나고, 금융비용 부담도 커진다. 안정적인 약달러보다 불안정한 고환율이 더 불편한 이유다.

 

가계에 미치는 영향은 더 직접적이다. 환율이 오르면 해외 물가가 그대로 전가된다. 기름값, 전기요금, 항공료, 해외 직구 가격까지 전반적인 체감 물가가 올라간다. 월급은 그대로인데 지출만 늘어나면 소비 여력은 줄어든다. 이 상태에서는 경제 전체가 활력을 찾기 어렵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외국인 자금이다. 환율 상승이 항상 외국인 매수를 부르는 것도 아니다. 환율이 급등하면 금융시장의 불안 신호로 해석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외국인은 주식을 사기보다 빠져나가려 한다. 환율이 오르는데 주가는 떨어지는 현상이 동시에 나타나는 이유다.

 

결국 환율 상승은 누군가에게만 좋은 이벤트가 아니다. 수출기업 중에서도 구조가 맞는 일부 기업만 수혜를 본다. 나머지 기업과 가계, 내수는 오히려 부담을 떠안는다. 그래서 정책당국이 환율을 무조건 높게 두지 않으려는 것이다.

환율은 높고 낮음보다 안정이 중요하다. 안정적인 환율 환경에서 기업은 투자하고, 가계는 소비하며, 금융시장은 방향성을 잡는다. 환율 숫자 하나만 보고 경제를 판단하면 흐름을 놓치기 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