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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부채는 왜 늘어나도 당장 문제처럼 보이지 않을까

 

경제 뉴스에서 국가 부채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분위기는 늘 비슷하다. 나라 빚이 늘었다, 미래 세대 부담이 커진다, 위험 신호라는 말이 반복된다. 그런데 이상하다. 부채는 계속 늘어나는데 당장 경제가 무너지는 일은 잘 없다. 이건 정부 부채가 개인의 빚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개인의 부채는 상환 능력이 핵심이다. 소득이 줄어들면 바로 문제가 된다. 하지만 정부 부채는 구조가 다르다. 정부는 만기가 오면 갚는 주체가 아니라, 다시 빌릴 수 있는 주체다. 만기가 돌아오면 새로운 국채를 발행해 기존 채권을 상환한다. 이 과정이 가능하다는 전제만 유지되면 부채는 계속 굴러간다.

 

 

여기서 중요한 건 규모보다 신뢰다. 정부 부채가 문제가 되는 순간은 빚이 많아졌을 때가 아니라, 더 이상 빌려줄 사람이 없어질 때다. 시장이 이 나라 국채를 사줄 의지가 있는지, 통화를 믿는지가 핵심이다. 그래서 같은 부채 규모라도 어떤 국가는 버티고, 어떤 국가는 위기에 빠진다.

 

금리가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부 부채의 부담은 원금보다 이자다. 금리가 낮으면 부채가 많아도 관리가 된다. 반대로 금리가 오르면 같은 부채라도 부담이 급격히 커진다. 그래서 중앙은행과 정부는 부채 자체보다 금리 수준에 훨씬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 구조 때문에 정부는 경기 침체가 오면 오히려 부채를 늘린다. 세수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지출을 줄이면 경기가 더 나빠지기 때문이다. 대신 국채를 발행해 시간을 번다. 단기적으로는 합리적인 선택이다. 문제는 이 선택이 반복되면서 부채가 구조적으로 늘어난다는 점이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정부 부채가 어디에 쓰였느냐다. 단순한 이전지출, 즉 소비성 지출에 쓰인 부채는 시간이 지나도 경제를 키우지 못한다. 반면 인프라, 기술, 생산성 향상에 쓰인 부채는 장기적으로 상환 능력을 키운다. 같은 빚이라도 성격에 따라 결과는 완전히 달라진다.

 

그래서 정부 부채가 위험해지는 시점은 세 가지 조건이 겹칠 때다. 금리가 오르고, 성장률이 떨어지고, 재정 지출의 효율이 낮아질 때다. 이 세 가지가 동시에 나타나면 시장의 신뢰가 흔들린다. 이때부터 부채는 숫자가 아니라 리스크로 인식된다.

 

 

많은 사람들이 정부 부채를 보면 언젠가 큰 폭탄이 터질 것처럼 생각한다. 하지만 현실은 더 점진적이다. 문제는 한순간에 터지지 않는다. 조금씩 선택지가 줄어들고, 정책의 자유도가 낮아진다. 세금을 올리기 어려워지고, 금리를 마음대로 조정하기 어려워진다. 이게 진짜 비용이다.

 

정부 부채는 지금 당장의 위기 신호라기보다, 미래의 정책 여력을 갉아먹는 요소다. 당장 체감되지 않는다고 해서 문제가 없는 건 아니다. 다만 개인의 빚처럼 단순하게 보면 이해가 어긋난다. 정부 부채를 볼 때는 숫자보다 구조와 신뢰를 먼저 봐야 한다. 그래야 경제 뉴스가 조금 더 현실적으로 보이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