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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는 잡힌다는데 생활비는 왜 계속 비쌀까

 

뉴스를 보면 물가가 안정되고 있다는 말이 자주 나온다. 물가상승률이 둔화됐고,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지났다는 표현도 반복된다. 그런데 막상 장을 보러 가면 체감은 전혀 다르다. 외식비, 식료품, 주거비는 여전히 비싸고, 내려갔다는 느낌이 거의 없다. 이 괴리는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기준의 문제다.

 

우선 물가가 잡힌다는 말은 가격이 내려간다는 뜻이 아니다. 대부분의 경우 물가 안정은 상승 속도가 느려졌다는 의미다. 작년에 10% 오르던 가격이 올해 3% 올랐다면 통계상으로는 안정이다. 하지만 가격 수준 자체는 이미 올라가 있는 상태다. 개인이 느끼는 부담은 줄어들지 않는다.

 

 

특히 생활물가는 구조적으로 잘 내려오지 않는다. 인건비가 한 번 오르면 다시 내려가기 어렵고, 임대료 역시 계약 구조상 쉽게 조정되지 않는다. 식당, 서비스업, 교육비 같은 항목은 인건비와 임대료 비중이 높기 때문에 물가 상승이 고착화된다. 통계상 물가는 둔화됐지만 생활비는 계속 비싸게 느껴지는 이유다.

 

또 하나 중요한 요인은 기준의 차이다. 공식 물가 지표는 평균이다. 모든 품목을 고르게 담아 계산한다. 하지만 개인이 체감하는 물가는 필수 지출에 집중돼 있다. 먹고, 자고, 이동하는 비용이 중심이다. 선택 소비가 아닌 고정 지출 위주로 느끼기 때문에 체감 물가는 공식 지표보다 훨씬 높게 느껴진다.

 

 

환율도 영향을 준다. 환율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 수입 원가가 내려오지 않는다. 에너지, 원자재, 식료품 가격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 구조가 된다. 환율이 급락하지 않는 한, 생활물가가 빠르게 내려갈 가능성은 낮다.

 

기업의 가격 결정 방식도 달라졌다. 예전에는 원가가 내려가면 가격을 조정했다. 지금은 다르다. 한 번 올린 가격을 쉽게 내리지 않는다. 소비자 반발이 크지 않으면 가격을 유지하는 게 더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물가는 내려갈 기회를 잃는다.

 

그래서 물가 안정 뉴스와 체감 생활비는 계속 엇갈린다. 물가는 흐름을 말하고, 생활비는 수준을 말한다. 흐름이 둔화됐다고 해서 이미 올라간 수준이 자동으로 내려오지는 않는다. 이걸 같은 개념으로 이해하면 계속 혼란이 생긴다.

 

결국 중요한 건 물가가 잡혔느냐가 아니라, 소득이 물가를 따라잡고 있느냐다. 물가가 조금 덜 오르는 것보다, 소득이 확실히 오르는 게 체감에는 훨씬 중요하다. 물가 안정이라는 말에 기대하기보다, 내 소득 구조가 생활비 구조를 이길 수 있는지를 보는 게 현실적인 판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