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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가 줄지 않는 이유는 소비가 아니라 구조 때문이다

 

경제가 어려워지면 항상 나오는 말이 있다. 가계부채가 너무 많아서 문제라는 이야기다. 그래서 금리를 올리거나, 대출 규제를 강화하거나, 소비를 줄여야 한다는 처방이 따라붙는다. 하지만 이렇게 해도 가계부채는 잘 줄지 않는다. 이유는 단순하다. 가계부채의 원인이 소비가 아니라 구조에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가계부채를 개인의 과소비 문제로 보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통계를 보면 가계부채의 대부분은 소비가 아니라 주거와 자산에서 발생한다. 집을 사기 위해 빚을 지고, 전세를 구하기 위해 빚을 진다. 생활비 때문에 진 빚은 생각보다 비중이 크지 않다.

 

 

소득이 늘어나는 구조에서는 부채가 자연스럽게 늘어난다. 소득이 늘면 신용 한도가 늘고, 대출 가능 금액도 커진다. 이때 사람들은 미래 소득을 담보로 현재의 자산을 당겨온다. 이 과정 자체가 잘못된 건 아니다. 문제는 소득 증가 속도보다 자산 가격 상승 속도가 더 빠를 때 발생한다.

 

특히 부동산이 개입되면 구조는 더 단단해진다. 집값이 오르면 대출을 끼고 집을 산 사람은 상대적으로 안전해진다. 시간이 지나면 소득은 늘고, 부채 부담은 줄어든다. 반면 집을 사지 못한 사람은 계속 임대료를 내면서 자산을 쌓지 못한다. 이 차이가 다시 부채 격차로 이어진다.

 

그래서 가계부채를 줄이기 위해 금리를 올리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소비는 줄어들 수 있지만, 주거 관련 부채는 쉽게 줄지 않는다. 집은 팔지 않으면 부채가 사라지지 않고, 팔아도 다시 거주할 곳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가계부채는 경기에 따라 쉽게 조절되지 않는다.

 

 

더 큰 문제는 가계부채가 많아질수록 정책 선택지가 줄어든다는 점이다. 부채가 많은 상황에서는 금리를 급하게 올리기 어렵다. 작은 금리 변화에도 연체와 부실이 빠르게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책은 늘 절충적인 선택을 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구조적인 문제는 그대로 남는다.

 

결국 가계부채 문제는 개인의 절약이나 소비 통제로 해결되지 않는다. 소득 증가, 주거 구조, 자산 가격, 금융 시스템이 동시에 얽혀 있는 문제다. 소비를 줄인다고 해결될 문제였다면 이미 해결됐을 것이다.

 

가계부채를 이해할 때 중요한 건 숫자가 아니라 방향이다. 부채가 왜 생겼는지, 줄이기 어려운 구조인지, 아니면 일시적인 현상인지를 구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가계부채는 늘 개인의 책임처럼 보이고, 문제의 핵심은 계속 비켜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