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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이 오르는데도 수출 기업이 웃지 못하는 이유

 

보통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 기업에는 호재라고 말한다. 달러로 벌어들인 매출을 원화로 바꾸면 숫자가 커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환율 상승 뉴스가 나오면 수출주 주가가 오를 거라는 기대가 먼저 붙는다. 하지만 실제로는 환율이 오르는데도 수출 기업들이 크게 웃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 역시 구조의 문제다.

 

환율이 오르는 이유부터 봐야 한다. 환율이 오른다는 건 원화 가치가 떨어진다는 뜻인데, 그 배경이 수출 호조 때문인지 자본 유출 때문인지는 완전히 다르다. 수출이 잘돼서 달러가 많이 들어와 환율이 움직이는 경우라면 긍정적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환율 급등은 외국인 자금 이탈, 글로벌 달러 강세 같은 이유에서 시작된다.

 

이 경우 수출 기업은 매출 숫자는 늘어날 수 있지만, 원가는 동시에 올라간다. 원자재, 에너지, 부품 상당수가 달러로 결제되기 때문이다. 환율 상승으로 매출은 늘어났는데, 비용도 같이 늘어나면서 실제 이익은 크게 개선되지 않는다. 숫자만 보고 좋아할 상황이 아닌 이유다.

 

 

또 하나 중요한 건 환율 변동의 속도다. 환율이 천천히 움직이면 기업은 가격 조정이나 환헤지를 통해 대응할 수 있다. 하지만 환율이 급하게 오르면 대응할 시간이 없다. 이 경우 오히려 손실이 발생한다. 이미 계약된 환율로 납품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환율 상승이 그대로 이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주가 측면에서도 비슷하다. 환율이 오를 때 외국인은 주식을 판다. 환율 상승과 외국인 매도는 동시에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이때 수출 기업의 주가는 환율 효과보다 수급 영향을 더 크게 받는다. 그래서 환율은 오르는데 주가는 빠지는 이상한 장면이 나온다.

 

더 큰 문제는 환율 상승이 경기 둔화 신호일 가능성이다. 글로벌 경제가 불안해지면 달러로 자금이 몰리고, 그 결과 환율이 오른다. 이 상황에서는 수출 물량 자체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단가 효과로 매출은 버틸 수 있어도, 장기적으로는 실적이 꺾일 위험이 커진다.

 

 

그래서 환율을 볼 때는 단순히 방향만 보면 안 된다. 왜 오르는지, 얼마나 빠르게 오르는지, 그 과정에서 자본이 들어오고 있는지 빠져나가고 있는지를 같이 봐야 한다. 환율 상승이 항상 호재라는 생각은 너무 단순한 해석이다.

 

환율은 결과다. 원인이 아니다. 수출 기업의 진짜 경쟁력은 환율이 아니라 수요와 구조에서 나온다. 환율이 오르는데도 기업이 웃지 못한다면, 시장은 이미 그 다음 단계를 보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걸 이해하지 못하면 환율 뉴스에 기대했다가 주가에서 실망하는 일이 반복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