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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가 내려가는데도 소비가 살아나지 않는 이유

 

보통 금리가 내려가면 소비가 늘어난다고 배운다. 대출 이자가 낮아지고, 돈을 빌리기 쉬워지면 사람들이 지갑을 연다는 논리다. 그런데 현실은 다르다. 최근처럼 금리가 인하되는 국면에서도 소비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다. 이건 개인이 겁이 많아져서가 아니라 구조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금리는 내려가지만 부채는 이미 너무 많다. 과거에는 금리가 내려가면 새로 빚을 내서 소비를 늘릴 여지가 있었다. 지금은 다르다. 이미 가계부채가 한계 수준에 와 있기 때문에 금리가 조금 내려가도 추가로 빚을 낼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 금리 인하는 부담 완화일 뿐, 소비를 늘릴 동력이 되지 않는다.

 

또 하나의 문제는 금리 인하의 이유다. 경기가 너무 좋아서 금리를 내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부분은 경기가 둔화되고 있다는 신호가 먼저 나오고, 그 대응으로 금리를 내린다. 이걸 시장은 알고 있다. 그래서 금리 인하는 안도감보다는 불안감을 먼저 만든다. 사람들은 돈을 쓰기보다 지키려고 한다.

 

 

고용도 영향을 준다. 금리가 내려간다고 해서 바로 일자리가 늘어나지는 않는다. 기업은 금리보다 수요를 본다. 수요가 불확실하면 투자를 미루고, 채용도 보수적으로 한다. 이 상황에서 개인은 미래 소득에 확신을 갖기 어렵고, 소비를 줄이게 된다.

 

자산시장과 실물 경제의 괴리도 크다. 금리 인하가 시작되면 주식이나 부동산 같은 자산 가격은 먼저 반응한다. 자산을 보유한 사람은 부유해진 느낌을 받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체감이 없다. 소비는 평균이 아니라 다수의 선택으로 결정되는데, 이 다수가 움직이지 않으면 소비는 살아나지 않는다.

 

 

물가 역시 중요한 변수다. 금리는 내려가는데 생활비는 여전히 비싸다. 식료품, 주거비, 교육비 같은 필수 지출이 줄어들지 않으면 가처분소득은 늘어나지 않는다. 금리 인하 효과가 생활비 상승에 상쇄되면서 소비 여력은 그대로다.

 

결국 금리는 만능 스위치가 아니다. 예전처럼 금리를 내리면 경제가 자동으로 돌아가는 시대는 지났다. 부채가 많고, 불확실성이 큰 환경에서는 금리 인하가 소비로 이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사람들의 행동은 더 보수적으로 바뀐다.

 

지금의 금리 인하는 경기를 띄우기 위한 신호라기보다, 더 나빠지는 것을 막기 위한 방어에 가깝다. 이걸 이해하지 못하면 왜 뉴스에서는 완화라고 하는데 내 삶은 그대로인지 계속 의문만 쌓이게 된다. 금리가 내려가도 소비가 안 살아나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 지금 경제에서는 너무나 정상적인 반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