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반분양이 만든 가격 왜곡의 본질
부동산 가격이 장기적으로 상승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소득 증가다. 소득이 늘어난다는 것은 인건비가 오르고 있다는 의미이고, 인건비 상승은 곧 원자재 생산비용과 채굴비용의 상승으로 이어진다. 이 흐름은 건설원가를 끌어올리고, 건설원가 상승은 임대료와 분양가 상승으로 연결된다. 소득이 계속 증가하는 구조에서는 부동산 가격 역시 장기적으로 상승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은 원화 기준으로 꾸준히 증가해 왔다. 이 점만 놓고 보면 부동산 가격 상승은 어느 정도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한국의 부동산 시장은 단순한 소득 증가 논리만으로 설명하기에는 지나치게 복잡한 구조를 갖고 있다.

일반적으로 오래된 주택이나 아파트는 가격이 낮아지는 것이 정상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건물은 노후화되고, 유지비는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는 구축 아파트의 가격이 여전히 높게 유지되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는 건물 가치보다 토지 가치, 그리고 일반분양이라는 독특한 제도 때문이다.
한국 아파트 시장의 핵심 특징은 일반분양이익이다. 아파트를 지을 때 시공사나 조합이 자기 자본으로 건설하는 것이 아니라, 분양을 받을 사람들의 자금으로 공사를 진행한다. 즉 아파트는 본질적으로 남의 돈으로 지어지는 구조다. 이 구조 자체가 투기를 유발하는 토대가 된다.
일반분양이 존재하는 한, 아파트는 주거 공간이 아니라 기대수익이 붙는 금융상품처럼 인식된다. 조합원 입장에서는 분양가가 높을수록 추가로 부담해야 할 금액이 줄어들고, 외부 분양을 통해 발생하는 이익이 커진다. 이 일반분양이익을 제거하지 않는 한, 부동산 투기를 근본적으로 막기는 어렵다.

2006년부터 일반분양이익에 대한 과세가 시작되면서 재건축과 재개발 사업은 급격히 위축됐다. 이 시기 한국의 아파트 가격은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다. 이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면서 부동산 시장은 급격한 조정을 받았고, 실제로 분양이 되지 않는 단지들도 등장했다. 당시에는 집값이 장기 침체에 들어갈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았다.
금융위기 이후 일정 기간 동안 국내 부동산 시장은 안정 국면을 유지했다. 일반분양이익에 대한 과세가 유지되면서 투기적 수요가 억제됐기 때문이다. 이 구조 덕분에 2013년까지 아파트 가격은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갈 수 있었다.
그러나 2013년 이후 상황은 달라졌다. 재건축으로 발생하는 초과이익에 대한 과세가 유예되면서, 수도권 아파트 가격은 다시 본격적인 상승 국면에 들어섰다. 재건축 이익을 사실상 보장해 주는 환경이 조성되자 투기 수요가 빠르게 유입됐다.
2018년부터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가 다시 시행됐지만, 시장의 기대는 이미 바뀌어 있었다. 정권이 바뀌면 다시 유예될 것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부동산 매수세는 쉽게 꺾이지 않았다. 정책이 언제든 바뀔 수 있다는 전제가 시장에 깔리면, 규제의 실효성은 급격히 떨어진다.

한국 부동산의 또 다른 문제는 정권 변화에 따라 정책 방향이 극단적으로 바뀐다는 점이다. 한쪽은 집값을 억제하려 하고, 다른 한쪽은 경기 부양을 명분으로 부동산 가격 상승을 용인하거나 유도한다. 이 과정에서 정책의 일관성은 사라지고, 시장은 규제를 신뢰하지 않게 된다.
미국의 주택 시장과 비교하면 차이는 더욱 분명해진다. 미국은 단독주택 중심 구조이고, 주택이 노후화되면 개인이 자기 자금으로 다시 짓는다. 반면 한국은 아파트 중심 구조이며, 아파트를 지을 때조차 자기 돈이 아니라 미래 분양자의 자금에 의존한다.
이로 인해 한국은 아파트 가격이 오를수록 조합원 부담이 줄어드는 역설적인 구조를 갖게 됐다. 이를 막기 위해 분양가상한제가 도입됐지만, 이 제도 역시 또 다른 형태의 투기를 만들어냈다. 가격 통제가 기대차익을 더 키우는 결과를 낳았기 때문이다.
결국 한국이 아파트 공화국이 된 근본적인 이유는 일반분양이익 구조에 있다. 아파트는 남의 돈으로 짓는다는 인식이 뿌리 깊게 자리 잡았고, 이 인식이 사라지지 않는 한 부동산을 투기 대상이 아닌 주거 자산으로 돌려놓기는 어렵다.
집은 내 돈으로 짓고, 그에 따른 위험과 비용을 스스로 부담한다는 인식이 자리 잡지 않는다면 한국 부동산 시장의 구조적 문제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일반분양 중심 구조를 그대로 둔 채 규제만 바꾸는 방식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