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왜 삼성전자 PBR은 낮고 엔비디아 PBR은 높을까

 

주가를 가르는 결정적 차이는 자본적지출과 주주환원이다

 

삼성전자의 주당순자산가치는 약 6만원 수준이고, 주가는 9만원대에 형성돼 있다. 반면 엔비디아의 주당순자산가치는 5달러가 채 되지 않지만 주가는 170달러를 훌쩍 넘는다. 이 차이를 수치로 보면 삼성전자는 낮은 PBR, 엔비디아는 매우 높은 PBR을 받고 있다.

 

이 격차의 핵심 원인은 수익 규모가 아니라 자본을 어떻게 쓰느냐에 있다. 많은 사람들이 주가는 순이익이 많으면 오른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시장이 더 중요하게 보는 것은 잉여현금흐름이다. 즉, 돈을 얼마나 벌었느냐보다 그 돈을 어디에 쓰느냐가 주가를 결정한다.

 

엔비디아는 분기 기준으로 보면 자본적지출 규모가 매우 작다. 막대한 매출과 이익을 내고 있지만, 공장을 대규모로 짓거나 설비 투자를 반복하지 않는다. 그래서 벌어들인 현금이 그대로 남고, 이 자금은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 같은 주주환원으로 연결된다. 이 구조가 엔비디아의 높은 PBR을 만든다.

 

 

 

반대로 삼성전자는 전혀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5년간 약 45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연간으로 나누면 매년 90조원에 달하는 규모다. 이 돈은 외부에서 조달한 자금이 아니라, 사업을 통해 벌어들인 주주의 자금이다. 오너 개인의 돈이 아니라 주주들의 몫을 다시 설비 투자에 투입하는 구조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의 배당은 오랫동안 크게 늘지 못했다. 2018년 이후 삼성전자의 연간 배당 총액은 약 10조원 수준에서 거의 고정돼 있다. 특정 시기에 특별배당이나 자사주 매입이 있었지만, 정기 배당 자체가 구조적으로 증가하지는 않았다. 반면 엔비디아는 매년 주주환원 규모를 늘리고 있다. 사업으로 번 돈의 상당 부분이 다시 주주에게 돌아간다.

 

결과적으로 시장의 평가는 갈릴 수밖에 없다. 엔비디아는 자본을 쌓아두지 않고 주주에게 돌려주기 때문에, 장부가치 대비 훨씬 높은 주가를 정당화받는다. 삼성전자는 막대한 자본을 축적하고 있지만, 그 자본을 다시 공장과 설비로 전환한다. 이 과정에서 자본총계는 커지지만, 주당 가치 상승은 제한된다.

 

 

실제로 자본총계를 보면 삼성전자는 엔비디아보다 훨씬 크다. 청산가치 관점에서 보면 삼성전자는 글로벌 최고 수준의 자산을 보유한 기업이다. 그럼에도 주가가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되는 이유는, 이 자산이 주주에게 직접적으로 환원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 구조는 한국 경제의 성장 방식과도 맞닿아 있다. 한국이 제조업 강국이 된 배경에는 이익을 배당으로 쓰기보다 설비 투자로 재투자해 온 전략이 있다. 기업의 이익이 공장과 기술로 전환되면서 산업 경쟁력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글로벌 투자 환경에서는 이 방식이 주가 측면에서는 불리하게 작용한다.

 

미국 대형 기술주들은 다르다. 애플은 매년 수백조원 규모의 자금을 주주환원에 사용한다. 자사주 매입과 배당을 통해 주당 가치를 끊임없이 끌어올린다. 삼성전자의 주주환원 규모는 이에 비해 매우 제한적이다. 구조가 다른 만큼 주가 흐름도 같을 수 없다.

결론은 단순하다. 삼성전자 주가가 글로벌 빅테크처럼 재평가되기 위해서는 실적보다 배당과 자사주 매입이 늘어나야 한다. 자본적지출을 줄이고 주주에게 돌아가는 몫이 커지지 않는 한, PBR이 급격히 높아지기는 어렵다. 삼성전자 주가의 레벨업 조건은 기술이 아니라 주주환원 구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