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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을 잡기 위한 규제가 아니다, 대출규제의 진짜 목적

 

신도시 공급을 늘린다고 해서 집값이 자동으로 내려가는 것은 아니다. 신도시 물량은 강남 수요의 대체재가 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강남에 거주하려는 수요층은 입지와 학군, 직주근접, 자산 선호가 분명해 신도시로 이동하지 않는다. 그래서 강남 집값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신도시 공급이 아니라, 강남 내부에 얼마나 많은 물량이 공급되느냐에 달려 있다.

 

실제로 헬리오시티나 올림픽파크포레온처럼 강남권에 대규모 단지가 공급되면 가격에는 즉각적인 하락 압력이 생긴다. 정책당국은 2023년 말 올림픽파크포레온 입주 시점에 강남 집값이 빠르게 조정받았던 경험을 이미 겪었다. 이번 전세대출과 주택담보대출 규제 역시 강남 가격 방어라는 목적이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다. 대출을 조이면 최소 1년 정도는 가격 상승 속도를 늦추거나 안정시키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집값 상승의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기준금리 인하다. 한국은행은 이미 금리 인하 사이클에 들어섰고, 시장에서는 추가 인하 가능성도 계속 반영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은 구조적으로 장기대출이기 때문에 단기성 예금으로 감당할 수 없다. 은행은 순안전자금조달비율 규제를 맞춰야 하므로 장기대출은 장기 예금이나 은행채로 조달해야 한다.

 

미국은 중앙은행이 주택저당증권을 매입해 주기 때문에 30년 만기 고정금리 대출이 가능하지만, 한국은 다르다. 국내 주택담보대출은 주로 은행채를 통해 조달되며, 이 은행채의 만기가 대체로 5년 수준이기 때문에 고정금리 대출도 사실상 5년마다 재조정된다. 최근 한국 5년물 국채금리가 4%대 중반에서 2%대 중반까지 내려오면서 주택담보대출 금리 역시 약 2%포인트가량 하락했다. 이 금리 환경 변화가 집값을 다시 밀어 올린 핵심 배경이다.

 

여기에 은행의 자본 규제도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은행들은 보통주자본비율을 일정 수준 이상 유지해야 배당이 가능하다. 이 비율을 맞추기 위해 대출 총량 관리에 들어가는데, 위험가중치가 낮은 주택담보대출은 상대적으로 유지하고, 위험가중치가 높은 기타 대출과 신용대출은 줄이는 방향을 택한다. 다만 2020년처럼 대출을 공격적으로 늘릴 수는 없는 환경이다. 당시에는 자본 규제 부담도 지금보다 낮았고, 유동성 비율 규제도 한시적으로 완화돼 은행들이 대출을 크게 늘릴 수 있었다.

 

2021년 이후 유동성 규제가 정상화되면서 은행들은 다시 대출을 조이기 시작했고, 이 흐름은 주택가격에도 하락 압력으로 작용했다. 결국 국내 집값이 크게 조정받았던 시기를 돌아보면, 단순한 규제보다 무역수지 적자가 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점이 드러난다.

 

 

2022년 하반기부터 대규모 무역적자가 발생하면서 외화 유출 압력이 커졌고, 그 여파로 자산 시장 전반이 흔들렸다. 부동산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강남권 급락을 막기 위해 정책자금을 동원했고, 그 결과물이 특례보금자리론이다. 원래는 임대주택 건설에 쓰일 자금이 강남 아파트 가격 방어에 활용된 셈이다.

 

이런 맥락에서 전세대출과 주택담보대출 규제가 다시 강화되는 이유는 몇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는 정책자금의 여력 문제다. 정책대출의 재원은 주택도시기금인데, 이 자금이 무한정 남아 있는 것은 아니다. 대출 수요가 계속 늘어나면 기금 고갈에 대한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둘째는 강남 아파트 가격 관리다. 대출을 조이면 단기적으로는 가격이 조정을 받지만, 동시에 거래와 공급이 위축된다. 이 구조는 중장기적으로 가격을 다시 지지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여기에 풍선효과로 수도권 외곽이나 상대적으로 저가 지역의 가격이 움직일 여지도 생긴다. 과거처럼 전국적으로 가격이 동시에 오르는 국면이 만들어지면 지방 미분양 문제를 완화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셋째는 대출 포트폴리오 조정이다. 은행들은 자본비율을 맞추기 위해 상대적으로 안전한 주택대출에 집중해 왔고, 그 결과 기업대출이나 기타 금융 지원은 위축됐다. 이는 경기 둔화를 더 빠르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주택대출을 일정 부분 조이면서 기타 대출을 다시 늘릴 여지를 확보하려는 목적도 이번 규제의 배경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결국 전세대출규제와 주택담보대출규제는 단순히 집값을 누르기 위한 조치라기보다, 자금 구조와 금융 시스템 전반을 조정하려는 시도에 가깝다. 단기 효과와 중장기 결과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규제를 하나의 방향성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