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파운드리 흐름, 비메모리 공정 이슈, 삼성전자·SK하이닉스·엔비디아를 중심으로

 

면밀히 보면 최근 국내 증시는 상승 그 자체보다도, 상승 이후의 반응이 더 특징적이다. 통상 지수가 고점을 갱신하면 어느 정도 차익실현이 자연스럽게 뒤따르는데, 이번에는 그 물량이 눈에 띄게 부족했다. 지수가 연속적으로 최고치를 경신하는 구간에서 시장 참여자들은 팔기보다 들고 가는 쪽을 선택했고, 이 선택이 투자심리의 방향을 한동안 단단히 고정시켰다.

 

과도한 낙관이 만들어낸 시장 분위기

 

외국인과 기관은 보유를 이어가면 성과가 개선되고, 괜히 먼저 팔아 분위기를 꺾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있다는 판단을 하기 쉽다. 반대로 개인투자자 쪽에는 아무거나 사도 오르는 것 같다는 감각이 퍼지기 시작한다. 상승이 반복될수록 비이성적 낙관이 시장 전체를 덮는 구조는 과거에도 여러 번 관찰됐고, 이번에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낙관론을 강화한 촉매가 두 가지였다. 하나는 2025년 9월 21일 모건스탠리의 메모리 슈퍼사이클 관련 낙관적 리포트, 다른 하나는 2025년 9월 23일 마이크론의 분기 실적 호조다. 특히 마이크론은 업계에서 가장 먼저 실적을 발표하는 편이라, 시장은 이를 메모리 업황의 리트머스 시험지처럼 해석한다. 그래서 마이크론이 예상치를 웃돌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좋을 것이라는 추론이 빠르게 확산되고, 뒤이어 목표주가 상향 리포트가 쏟아지는 패턴이 반복된다.

 

 

마이크론 호실적이 동시에 던진 경고 신호(HBM 경쟁)

 

문제는 마이크론의 호실적이 한국 업체들에 무조건적인 호재로만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실적 발표 직후 2025년 2분기 기준 HBM 점유율에서 삼성전자가 마이크론에 2위 자리를 내줬다는 데이터가 확인되며, 경쟁 구도가 숫자로 드러났다.

 

여기서 핵심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전략 차이다. 삼성전자는 HBM 경쟁력 회복을 추진하는 동시에, 메모리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시스템 반도체 및 파운드리 등 다른 성장축을 계속 모색해 왔다. 반면 SK하이닉스는 HBM에 집중도가 훨씬 높다. 집중 전략은 업황이 맞아떨어질 때 강력하지만, 동시에 경쟁 심화나 밸류체인 변화에 취약해질 수 있다.

 

마이크론이 HBM4 준비 상황을 언급하며 초당 11Gbps 수준의 성능과 전력 효율을 강조한 대목도 같은 맥락에서 시장을 흔들었다. 차세대 시스템에서 요구되는 속도 조건을 충족할 수 있다는 메시지는, 기존에 돌던 마이크론의 성능 한계 추정에 반론을 제기한 셈이다. 물론 이런 수치는 최종 양산품과 고객사 검증을 통과하기 전에는 단정할 수 없다. 그럼에도 경쟁자가 기술적 자신감을 강하게 표출하는 것 자체가 HBM에 집중한 기업의 주가에는 부담으로 작용하기 쉽다.

 

이 흐름은 주가의 상대 움직임에서도 드러난다. 삼성전자가 상대적으로 견조한 흐름을 보일 때, SK하이닉스는 고점 구간에서 탄력이 둔화되기 쉽고, 충격이 왔을 때 하락폭이 더 커지는 패턴이 나타날 수 있다. 집중의 반대편에는 변동성 확대가 있기 때문이다.

 

엔비디아의 인텔 투자와 탈 TSMC 가능성, 그리고 파운드리 변수

 

여기에 더해진 변수가 엔비디아의 인텔 투자 이슈다. 엔비디아가 인텔에 50억 달러 규모 투자를 발표하고 협력 관계를 강화한다는 뉴스는 표면적으로는 미국 내 산업정책 흐름과도 맞닿아 있지만, 시장에서는 장기적으로 TSMC 의존도를 낮추려는 옵션 확보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

 

엔비디아 입장에서 파운드리 선택지는 곧 공급망 리스크 관리다. 현재의 절대 강자는 TSMC이지만, 특정 파운드리에 대한 의존도가 과도해지면 비용과 일정, 지정학적 리스크에 취약해질 수 있다. 인텔 파운드리를 협력 축으로 키우면 제조 선택지가 늘어나고, 장기적으로는 설계부터 생산까지 통제력을 높일 여지도 생긴다. 이런 변화가 현실화될수록 TSMC는 당연히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 엔비디아는 TSMC의 핵심 고객이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한국 기업 중 특히 민감한 쪽은 SK하이닉스다. 이유는 HBM 밸류체인에서의 의존 구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D램 자체 경쟁력이 강점이지만, HBM의 완성도에는 본딩과 패키징 같은 후공정 역량이 크게 작용한다. 이 과정에서 TSMC 생태계와의 결합이 성과에 영향을 준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만약 엔비디아와 TSMC의 관계가 느슨해지는 방향으로 흘러가면, SK하이닉스는 밸류체인 재정렬 압력을 받을 수 있다. 반대로 삼성전자는 메모리와 파운드리, 패키징까지 수직계열화 옵션이 있어 구조적으로 선택지가 더 넓다는 평가가 뒤따르곤 한다.

 

결국 엔비디아의 인텔 투자 뉴스는 단기 실적 뉴스라기보다, 중장기 공급망 구조 변화 가능성을 시장에 던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파운드리 관련주의 변동성이 커지는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거시 변수와 대외정책 리스크가 동시에 덮친 구간

 

기술 경쟁과 공급망 변수 위에 거시 리스크가 겹치면 시장은 훨씬 예민해진다. 파월 의장이 미국 주식시장 고평가 우려를 언급하고, 금리 인하 속도를 서두를 필요가 크지 않다고 말하는 순간, 위험자산은 자연스럽게 부담을 느낀다. 여기에 트럼프의 관세 협상 관련 발언이 더해지면, 실물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시장은 환율과 주가가 동시에 흔들릴 수 있다.

 

 

관세 이슈는 문서화와 실행 시점, 세부 품목, 예외 조건에 따라 시장 영향이 크게 달라진다. 그래서 협상 과정에서의 발언 노이즈만으로도 불확실성이 커지고, 이는 원화 약세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수출 둔화 우려가 확대되면 달러 수요가 늘어나며 달러/원 환율이 상단을 시험하는 장면도 충분히 나온다.

 

정리하면, 2025년 9월 말 시장 급락은 단일 악재가 아니라 두 축이 겹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메모리 업황 낙관이 경쟁 심화로 흔들리는 가운데, 대외정책 변수까지 동시에 불거지며 투자심리의 균형점이 무너진 것이다. 그 결과 변동성은 커지고, 환율은 불안해지며, 특히 집중도가 높은 종목일수록 충격이 더 크게 전달될 수 있다.

 

주의 문구
위 내용은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를 권유하는 투자 조언이 아니라, 시장 뉴스와 산업 구조를 해설하는 정보 목적의 글입니다. 투자 판단은 본인의 위험선호와 자금 사정, 공시·실적·정책 변수를 종합해 신중히 결정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