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자 판단에서 확률보다 결과에 주목하는 사고방식이 있다. 흔히 파스칼의 내기라고 불리는 관점이다. 이 논리는 어떤 사건이 일어날 가능성을 계산하는 데 집착하기보다, 그 사건이 실제로 발생했을 때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먼저 고려한다는 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희귀한 사건일수록 확률을 정확히 산출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반면, 그 사건이 현실화됐을 때 나타날 결과는 비교적 명확하게 상상할 수 있다. 지진이 언제 발생할지는 알 수 없지만, 대도시에 지진이 발생했을 때 어떤 혼란이 생길지는 누구나 그려볼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래서 불확실한 확률 계산 대신, 명확한 결과를 기준으로 의사결정을 내리는 방식이 현실적인 선택이 되기도 한다.
이런 접근법은 글로벌 경제와 금융시장을 바라볼 때도 유효하다. 지정학적 갈등이나 정책 변화가 실제로 발생할지 여부보다, 발생했을 때 자산 시장이 어떤 방향으로 움직일지를 먼저 가정해 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주요 국가 간 갈등이 완화되지 않을 경우 달러가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고, 그에 따라 신흥국 증시가 상대적으로 부진할 수 있다는 식의 시나리오를 미리 생각해 볼 수 있다.
최근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와의 휴전 문제를 언급하며 강경한 메시지를 던진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과거 사례를 보면, 트럼프는 먼저 강한 발언으로 압박한 뒤 협상의 여지를 남기는 방식을 자주 사용해 왔다. 실제로 미·러 정상 간 논의 과정에서도 우크라이나의 안보 문제는 다뤄졌지만, 러시아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선은 넘지 않는 방향으로 정리되는 흐름이 나타났다.
이러한 상황이 빠르게 정리될 경우,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완화되면서 달러 강세 압력이 약해질 가능성도 함께 거론된다. 이는 외환시장뿐 아니라 채권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다.

한편 시장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연준의 통화정책으로 이동하고 있다. 미국 기준금리는 동결이든 인하든, 결정 그 자체보다 그로 인해 나타날 파급 효과가 더 중요하다. 현재 시장에서는 9월 FOMC에서 첫 금리 인하가 단행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으며, 이 경우 달러 약세 압력이 점진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미 재무부와 정치권에서는 보다 공격적인 인하를 언급하고 있지만, 실제 시장 참여자들은 9월에 25bp 수준의 인하를 기본 시나리오로 보고 있다. 최근 발표된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보인 점도 이런 기대를 뒷받침하고 있다. 일부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은 연준이 인하 사이클을 시작할 경우, 단기간에 50bp 인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반면 아직 확정적인 데이터가 부족하다는 신중론도 공존하는 상황이다.

이런 환경 속에서 미국 국채 시장은 선제적으로 반응하고 있다. 인플레이션 둔화와 노동시장 약화 조짐이 동시에 나타나면서, 연준의 금리 인하 가능성을 반영한 국채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다. 금리와 채권 가격은 반대로 움직이는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에, 기준금리가 낮아질수록 기존 국채의 가치는 상대적으로 상승하게 된다.
이 때문에 미국 국채, 특히 10년물 국채 금리에 대한 관심도 다시 높아지고 있다. 금리 인하 국면에서는 채권 가격 상승이라는 구조적 특성이 작용하기 때문에, 정책 전환기의 흐름을 이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진다. 확률을 단정하기보다는, 금리 인하가 현실화됐을 때 어떤 자산이 상대적으로 유리해질지를 차분히 점검해 보는 시점으로 보인다.